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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가족사
칼을 빼 든 사도세자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으며 아버지 영조를 죽이기 위해 궁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세자의 반대 세력이 역모를 조작하여 영조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세자는 울화를 견디지 못하고 칼을 빼들게 된다. 청년이 된 사도세자는 아버지가 바라는 완벽한 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리청정을 시작하면서 망가지기 시작한다. 세자를 조정 대신들 앞에서 나무라는 것으로 모자라 행동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고 혼낸다. 영조는 매번 세자의 옷을 나무라는데 이후 세자는 의대증 증상을 보인다. 툭하면 선위 하겠다고 말해 세자는 석고대죄를 올려야 했고, 10년이 넘게 눈치를 보며 피폐해져 간다. 손자에게 매정했던 영조는 시간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모습으로 커가는 이산을 보며 애정을 쏟는다. 궁 안에서는 세자를 폐위시키려는 음모가 벌어지고 세자는 역모의 누명을 쓰게 된다. 영조는 네가 존재 자체가 역모라며 꼴 보기 싫다고 세자에게 소리친다. 1762년 임오년에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칼을 던져주며 스스로 죽으라 말한다. 임오화변, 급기야 영조는 뒤주를 가져오라 시키고 그 안에서 세자는 죽음을 맞이한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이해하는 영조와 세자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사도세자는 아들 정조에 의해 추모되었고 훗날 1899년 왕 장조로 추존된다.
부자의 생에 대하여
250년 전 왕이 세자를,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사건이다.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를 재조명해 볼 수 있었다. 이준익 감독은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가족사에 중점을 두어 이 영화를 풀어냈다고 하는데, 인간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 같아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일가. 가장 큰 문제는 대화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늦은 나이에 세자를 얻은 영조는 세자가 태어나자마자 책봉을 하는데 부모의 사랑을 받기도 전에 동궁으로 떨어져 홀로 어려움을 감내했을 세자는 아버지와 대화를 할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모습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죽기 직전까지의 장면을 교체하며 보여주는데 그 안에서의 세자, 유아인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었다. 이선 또한 어린 시절 총명했고 성장해서도 왕세자다운 결정을 내리는 장면도 나오는데 영조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어 만족스럽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왕과 왕세자 즉 부모의 내리사랑과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정신병에 걸려 수많은 궁인들을 죽인 세자의 범죄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영조의 정신적 폭력이 이를 만든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버지의 언어폭력과 과도한 기대로 인한 불안감 조성, 아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까지. 조선 최고 천민 출신이었던 임금의 영조는 자신의 신분이 천해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 굉장한 완벽주의자였다고 하는데 결국 자신의 결핍이 아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영화 등장인물
영조는 배우 송강호가 맡았다. 송강호를 좋아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연기는 정말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배우 답게 영조의 자격지심과 결핍에 대하여 잘 표현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선의 세자이자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을 원했던 아들 사도세자 이선은 유아인이 연기했다.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정신적으로 미쳐가는 인물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인물을 보다보면 참으로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엇다. 뒤주에서 굶으면서 아들 세손의 울음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는 장면을 볼 때는 함께 눈물이 났다. 이 모든 것이 사료에 기록된 사실이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오히려 영조가 실제 사료에 비해 많이 미화가 된 편이라고 한다. 세손 정조는 소지섭이 연기했다.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인상적이었다. 사도세자의 아내 풍산 홍씨는 정조의 어머니로 문근영이 연기했다. 아역부터 시작해서 60대 노인 분장을 한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있는데 분장이 조금 어색했던 것 같다. 선희궁 전의 이씨는 사도세자의 생모이며 영조의 후궁이다. 그녀는 실제 역사에서 사도세자의 3년상을 끝낸 후 자식을 뒤따르듯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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